출산율은 줄었는데 육아용품은 왜 잘 팔릴까?
2023년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72명으로 발표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이 숫자를 보면 누구나 육아용품 시장도 쪼그라들었겠구나 싶다. 근데 생각해보면, 시장 데이터는 정반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국내 키즈 시장은 2012년 27조 원에서 2021년 52조 원으로 성장했고, 2025년에는 58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는 줄었지만 시장은 컸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걸까.
시장을 보는 착시: 수량이 아니라 단가가 중요하다
시장 규모는 단순히 '몇 명의 아이가 있느냐'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아이 한 명당 얼마를 쓰느냐가 곱해진다. 이게 핵심이다.
10명의 아이에게 각각 100만 원을 쓰면 시장은 1,000만 원이다. 5명의 아이에게 각각 300만 원을 쓰면 1,500만 원이다. 아이 수는 절반으로 줄었지만 시장은 50% 커졌다.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바로 이것이다. 출생아 수는 줄었지만, 남은 아이들에 대한 1인당 지출액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유아용품 온라인 거래액 데이터를 보면 이게 수치로 확인된다. 2015년 2조 7,114억 원에서 2022년 5조 1,979억 원으로 7년 만에 거의 두 배가 됐다.
골드키즈 세대의 등장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예요, '골드키즈'라는 말. 왕자·공주처럼 귀하게 자라는 외동아이를 뜻하는 신조어인데, 이 표현이 2020년대 육아 시장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됐다.
출산이 선택의 문제가 된 시대에,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부모들은 그 선택 자체에 충분히 투자하려는 심리가 있다. "어차피 한 명인데, 좋은 걸 사줘야지"가 자연스러운 논리다. 이 심리가 프리미엄 육아용품 수요를 끌어올린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의 프리미엄 아동복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5% 이상 성장했다. 전 세계에서 중국·터키에 이어 3번째로 빠른 성장 속도다. 백화점 명품 아동복 매출도 2023년 1~4월 기준으로 주요 백화점 모두 20~30% 가까이 늘었다.
텐포켓이 시장을 키운다
'텐포켓(Ten Pocket)'은 아이 한 명에게 10개의 주머니가 열린다는 뜻이다. 부모 2명, 양가 조부모 4명, 이모·삼촌·지인 등 최소 10명이 한 아이를 위해 지출하는 현상이다.
이게 생각보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예전엔 명절 선물이 옷 한 벌이었다면, 지금은 수십만 원짜리 장난감 세트나 유아 교육 기기가 된다. 조부모들도 손주를 위해서라면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한 아이에게 여러 경제 주체가 동시에 소비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이게 결국 육아용품 시장의 실질적인 '소비자 수'를 늘리는 효과를 낸다. 아이 한 명을 위한 구매자는 2명(부모)이 아니라 사실상 10명에 가까운 셈이다.
임신·육아 플랫폼도 성장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 출산율이 낮아졌어도 임신·육아 정보를 찾는 수요는 오히려 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관련 플랫폼 데이터에 따르면, 저출산 기조에도 임신·육아 전문 앱 이용자 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유가 뭘까. 첫째, 부모들이 육아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찾는다. 아이가 귀해질수록 '잘 키우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진다. 둘째, MZ세대 부모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로, 플랫폼을 통한 정보 습득과 구매가 자연스럽다. 이 과정에서 더 좋은 제품에 노출되고, 프리미엄 구매로 이어지기도 한다.
경기 침체에도 아이 관련 지출은 쉽게 줄지 않는다
소비 위축 국면에서 가장 먼저 줄어드는 건 자신을 위한 소비다. 반면 자녀를 위한 지출은 가장 늦게까지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이게 육아용품 시장이 경기 방어적 성격을 갖는 이유다.
물론 극단적인 불경기에는 아이 지출도 줄어든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기 변동 범위 안에서는 부모들이 자신의 소비를 줄이는 한이 있어도 아이 관련 지출은 지키려는 경향이 강하다.
정리하면, 출산율과 육아용품 시장은 서로 다른 변수로 움직인다. 아이 수(양)의 감소를 1인당 지출액(질)의 증가가 상쇄하고 있다. 저출산이 계속되는 한, 이 패턴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국 합계 출산율은 얼마인가요?
A. 2023년 기준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72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인구 유지에 필요한 대체 출산율(2.1명)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Q. 저출산인데도 키즈 시장이 성장하는 핵심 이유는?
A. 아이 수가 줄었지만 아이 한 명에 대한 1인당 지출액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골드키즈 현상과 텐포켓 구조로 여러 경제 주체가 한 아이를 위해 지출하는 패턴이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Q. 국내 키즈 시장 규모는 얼마인가요?
A. 교육·의류·용품 등을 포함한 국내 키즈 시장은 2021년 52조 원 규모이며, 2025년에는 58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Q. 저출산 시대에 육아용품 관련 창업 기회가 있을까요?
A. 프리미엄화·친환경화·개인화 방향으로 기회가 있습니다. 단순 저가 소싱보다는 차별화된 안전 기준, 특정 니즈 해결에 집중한 제품, 텐포켓을 겨냥한 선물용 프리미엄 패키징 등이 유효한 전략입니다.
Q. 출산율 반등이 일어나면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요?
A.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고 경쟁이 심화될 수 있습니다. 반면 텐포켓·골드키즈 트렌드가 유지된다면 시장 규모 자체는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프리미엄과 볼륨 양쪽 모두 성장하는 구도가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