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은 스포츠를 더 공정하게 만들었을까? 판정 기술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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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막판 극적인 골이 터진 순간, 선수와 팬들이 환호하다가 VAR 리뷰가 시작됩니다. 몇 분이 지나고 골이 취소됩니다. 환호가 허탈로 바뀌는 이 장면을 보며 "VAR이 정말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드신 적 있으신가요? VAR(Video Assistant Referee, 비디오 보조 심판)은 명백한 오심을 줄이는 효과는 분명하지만, 판정 기준의 모호성과 경기 흐름 단절이라는 부작용을 함께 가져왔다.

VAR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나?

VAR은 비디오 화면으로 경기 상황을 재검토하는 보조 심판 시스템입니다. 2016년 FIFA가 공식 테스트를 시작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처음 공식 적용됐습니다.

VAR이 개입하는 상황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골 여부 판단(오프사이드, 파울 여부), 페널티킥 선언 여부, 직접 퇴장 가능성이 있는 상황, 선수 신원 착오입니다. 주심이 직접 요청하거나 VAR 팀이 '명백하고 명확한 오류'가 있다고 판단할 때 검토가 진행됩니다.

오심 감소: 명확한 성과

VAR 도입의 가장 분명한 효과는 오심 감소입니다. K리그가 2017년 국내 최초로 VAR을 도입했을 때, 127경기에서 66회 VAR 판독이 이루어져 43차례 판정을 번복했습니다. 약 3경기당 1번꼴로 오심이 정정됐다는 의미입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VAR은 역대 가장 많은 페널티킥 선언으로 이어졌습니다. 기존에는 놓쳤을 파울이 판독되면서 경기 결과가 달라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눈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미세한 핸드볼, 오프사이드를 기술로 잡아낸 것은 분명한 진전입니다.

새로운 논란: VAR이 만든 문제들

그러나 VAR 도입 이후 새로운 불만도 쌓였습니다.

경기 흐름 단절이 가장 큰 비판입니다. 판독에 2~5분이 걸리는 경우도 많고, 그 시간 동안 경기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습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추가시간이 대폭 늘어나 일부 경기는 10분 이상이 추가됐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VAR 검토 시간이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의 체력 소모와 경기 리듬 파괴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명백한 오류'의 기준이 모호합니다. 공격수의 팔 하나가 오프사이드 선을 살짝 넘었을 때 골을 취소해야 할까요? 핸드볼이라도 의도가 없으면 괜찮은가요? 이런 경계선상의 판단에서 VAR이 되레 새로운 논란을 만들어냈습니다.

리그 간 적용 불일치도 문제입니다. 같은 상황에서 어떤 리그는 VAR을 적용하고 어떤 리그는 하지 않아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한국 스포츠의 VAR 현황

K리그는 2017년 아시아 최초로 VAR을 도입했습니다. KBO 야구도 비디오 판독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5년부터는 대한축구협회가 K리그에서 VAR 판독 결과를 장내 방송으로 알리는 제도 도입을 추진 중입니다. 팬들이 판독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해 불만을 줄이자는 취지입니다.

야구의 비디오 판독은 축구 VAR보다 상대적으로 수용도가 높습니다. 야구는 이미 세이프/아웃 판정이 명확히 구분되는 경우가 많고, 판독 시간도 짧은 편입니다.

기술은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나?

VAR은 기술이 스포츠의 공정성을 어디까지 담보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을 남겼습니다. 오심을 줄이는 것은 분명히 가능합니다. 그러나 판정의 모든 모호함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스포츠에는 기술로 대체하기 어려운 '판단의 영역'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AI와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자동 오프사이드 판독(AOS), 볼 트래킹 기술이 도입되면서 판독 시간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완전 자동화 심판까지 가야 할지, 아니면 인간 심판의 판단 영역을 얼마나 남길지는 스포츠 철학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VAR을 도입하지 않은 리그도 있나요?

A. 있습니다. 하위 리그들은 장비 비용과 운영 인력 문제로 VAR을 도입하지 못합니다. 또한 일부 리그는 경기 흐름을 중시해 의도적으로 도입을 유예하기도 합니다. 아마추어 경기에서는 VAR이 없는 게 표준입니다.

Q. 테니스의 호크아이(Hawk-Eye)나 야구의 로봇 심판은 VAR과 다른가요?

A. 테니스 호크아이는 공의 착지 위치를 과학적으로 재구성해 인(In)/아웃(Out)을 판정하는 기술로, 판단 기준이 명확합니다. 야구 로봇 심판은 스트라이크 존을 자동으로 판정합니다. 이에 비해 VAR은 파울 여부처럼 판단이 주관적인 상황을 다루기 때문에 논란이 더 많습니다.

Q. VAR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실제로 가능한가요?

A. 일부 선수, 감독, 팬들이 폐지를 요구하지만 FIFA는 개선 방향을 택하고 있습니다. 판독 기준 세분화, 전광판 공개, 판독 시간 단축이 개선 방향입니다. 도입 자체를 되돌리기보다는 운영 방식을 정교화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Q. 2024 파리올림픽에서 VAR은 어떻게 운영됐나요?

A. 파리올림픽 축구 종목에서도 VAR이 적용됐으며, 준결승·결승 등 주요 경기에서 판독이 이루어졌습니다. 올림픽 특성상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러져 오심이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VAR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Q. VAR과 홈 어드밴티지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A. 흥미로운 연구 주제입니다. VAR 도입 이후 심판의 관중 압박에 의한 판정 편향이 일부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심판이 비디오 검토라는 '확인 장치'를 의식해 더 신중하게 판정하는 효과입니다. 다만 VAR 판독 자체도 최종 결정은 주심이 하기 때문에 완전히 편향을 제거하지는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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