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용품 시장은 왜 계속 프리미엄화될까?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0.72명이라는 소식을 들으면 누구나 육아용품 시장도 침체했겠구나 싶다. 근데 실제 데이터를 보면 정반대다. 국내 아동·유아용품 거래액은 2015년 2조 7,000억 원대에서 2022년 5조 1,979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아이는 줄었는데 시장은 커졌다. 이 역설 뒤에는 꽤 뚜렷한 소비 구조가 있다.
아이가 줄었는데 시장은 왜 커졌을까?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밀도다. 출생아 수가 줄었지만, 한 명의 아이에게 쏟아붓는 금액이 커졌다. 전문가들이 '골드키즈(Gold Kids)' 현상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왕자나 공주처럼 귀하게 자라는 외동아이를 위해 아끼지 않는 부모 세대가 등장했다.
여기에 '텐포켓(Ten Pocket)' 구조도 한몫한다. 아이 한 명에게 열 개의 주머니가 열린다는 뜻으로, 부모뿐 아니라 양가 조부모, 이모, 삼촌, 심지어 부모의 지인까지 아이를 위해 지갑을 여는 현상이다. 예전엔 기저귀나 분유 한 통이 선물의 주류였다면, 지금은 수십만 원대 유모차나 명품 키즈 아웃도어가 쉽게 선물 목록에 오른다.
결국 아이 한 명이 시장에 투입하는 소비 총액 자체가 늘어난 셈이다. 국내 키즈 시장 규모는 2012년 27조 원에서 2021년 52조 원으로 불어났고, 2025년에는 58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화점 명품 아동복이 잘 팔리는 이유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에 뉴스에서 "아동 명품 매출 30% 증가"라는 헤드라인을 봤을 때 과장 아닐까 싶었다. 근데 데이터가 실제였다.
2023년 1~4월 기준으로 현대백화점 아동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5%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의 명품 아동 브랜드 매출도 각각 28.7%, 15% 늘었다. 유로모니터 통계에 따르면 한국 프리미엄 아동복 시장은 지난 5년간 연평균 5% 이상 성장하며, 중국과 터키에 이어 전 세계 3위 성장 속도를 기록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출산이 '선택'이 된 시대에,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부모들은 그 선택에 충분히 투자하려는 심리가 작동한다는 분석이 있다. "어차피 한 명인데, 제일 좋은 걸 사주고 싶다"는 마음이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SNS와 커뮤니티가 프리미엄 소비를 부추긴다
개인적으로는 SNS의 역할이 과소평가됐다고 생각한다. 인스타그램이나 맘카페에서 유모차 비교 후기, 이유식 브랜드 리뷰가 폭발적으로 공유되면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노출과 관심이 급격히 늘었다.
특히 MZ세대 부모들은 육아 정보를 검색하고 공유하는 데 매우 능동적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출생아 수가 줄고 있어도 소셜미디어상에서 육아용품에 대한 관심과 구매 후기 공유는 오히려 증가 추세다. 이 공유의 문화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인식을 끌어올리고, 나아가 구매로 연결된다.
"이 유모차 쓰는 맘들 많더라"는 인식이 생기면, 비슷한 연령대 부모들에게 강력한 구매 신호가 된다. 가격 정당화도 쉬워진다.
글로벌 육아용품 시장도 같은 방향으로 흐른다
이 현상이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글로벌 유아용품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CAGR) 5.5% 이상으로 꾸준히 커지고 있다. 선진국 중심으로 프리미엄화, 친환경화, 기능성 강화 방향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중이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 고령 초산 트렌드도 프리미엄화에 기여한다. 30대 중후반에 처음 아이를 갖는 부모들은 경제적 기반이 20대 초산 부모보다 일반적으로 탄탄하다. 구매력이 높은 부모 세대가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리하면, 단순히 비싼 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줄어든 아이 수 + 텐포켓 구조 + SNS 영향 + 고령 초산 트렌드가 맞물려 프리미엄화를 가속하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이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몇 가지 변수는 있다.
첫째, 출산율이 반등하면 시장 참여자가 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격 압력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출산율이 계속 낮으면 프리미엄 구조는 더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명품 아동복이나 고가 유모차 소비가 먼저 줄어들 수 있다. 프리미엄 소비는 경기에 상대적으로 민감하다.
셋째, 중국발 저가 플랫폼(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의 유아용품 확장이 변수다. 단순 기능 위주의 저가 제품이 시장을 파고들 경우 가격 구조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근데 생각해보면, 자녀에 대한 투자 심리는 경제 변수에 비교적 저항력이 강한 편이다. "아이 옷은 아껴도 장난감은 사준다"는 부모 심리가 이 시장의 바닥을 받치고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국 육아용품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A. 2022년 기준 국내 아동·유아용품 온라인 거래액은 5조 1,979억 원으로, 2015년(2조 7,114억 원) 대비 약 2배 성장했습니다. 국내 전체 키즈 시장(교육, 의류, 용품 등 포함)은 2025년 58조 원 규모로 예상됩니다.
Q. 출산율이 낮은데도 육아용품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골드키즈 현상과 텐포켓 구조 덕분입니다. 아이 한 명에게 부모·조부모·친척 등 여러 사람이 투자하면서 1인당 소비 금액이 늘어났고, 프리미엄 제품 수요가 확대됐습니다.
Q. 텐포켓 현상이란 무엇인가요?
A. 아이 한 명을 위해 부모(2개), 양가 조부모(4개), 이모·삼촌·지인 등 최대 10개의 주머니가 열린다는 뜻의 신조어입니다. 저출산 시대에 아이 한 명에게 집중 투자가 이루어지는 소비 현상을 설명합니다.
Q. 명품 아동복 시장 성장률은 어느 수준인가요?
A. 2023년 주요 백화점 기준 아동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15~29% 증가했으며,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 프리미엄 아동복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5% 이상 성장해 전 세계 3위 성장 속도를 기록했습니다.
Q. 앞으로도 육아용품 프리미엄화는 지속될까요?
A. 저출산 기조가 유지되고 고령 초산 부모가 늘어나는 구조에서는 프리미엄화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경기 침체나 저가 플랫폼 확장 등 외부 변수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